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간식이 그리울 때

작성자 : 김무연 원장 작성일 : 2014.12.04

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습니다.

 

칼 바람 불고 눈발도 날리면 편의점에 찜통들이 늘어나고 찐빵 집 솥뚜껑 위로 김이 무럭무럭 솟아 오릅니다. 팥 들어간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평소에는 무심하게 지나치지만 가끔은 팥소가 가득한 찐빵을 호호 불며 먹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. 

어렸을 때.. 다들 어려웠던 때라 저희 집은 간식으로 찐빵을 해 먹을 때가 많았습니다. 밀가루를 반죽한 다음에 발효를 위해 이스트를 넣고 이불을 덮어 부풀린 다음에 쪄 먹는 것인데 팥소를 넣거나 그러지 않고 그냥 밀가루 빵만 찌는 것이라 달지도 않고 약간 시큼하기도 해서 어린 나이에 그리 좋아할 맛은 아니었습니다. 그래서 어머니께서 10원 주시면서 가게 가서 빵 가루 (그게 이스트였던 듯) 사오라고 하시면 약국 가서 소다 가루를 사다 바꿔치기 하고 그랬습니다. 철이 없었던 것이지요.

 

그러다 조금 커서 초등학교 다닐 때 정말 10원짜리 왕 사탕을 학교 앞에서 사먹었는데 크기도 엄청 크지만 설탕 가루인지 아니면 모양인지 표면이 울퉁불퉁 해서 볼 안에 넣고 있으면 입안이 막 까지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.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다 보면 버스 정류장에 그 왕 사탕 말고 딱 성냥도 팔았는데 보통 성냥과 달리 벽에다 대고 그으면 불이 붙는 것입니다. 당시 제 또래 남자 애들이 성냥을 켤 일이 없었을 텐데 너나 없이 딱성냥을 하나씩 가지고 다니면서 벽에다 스윽 그어 불을 붙이고는 했습니다. 지금도 종종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만 그 때는 유독 불장난을 하다가 화재 사고도 자주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.  

당시에 제도권 간식으로 방송 CF 로 유명했던 건 <줄줄이 사탕>이었습니다. “아빠가 퇴근할 때 줄줄이~” 이렇게 시작되는 CM 송을 아이들이 다 따라 불렀고 버스 정류장 왕 사탕과 달리 하얀색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볼이 터져라 한번에 밀어 넣지 않고 조금씩 녹여 가면서 맛을 볼 수 있었지요. 사탕이 다 녹고 나면 하얀 심지에 붙어있는 부분만 살짝 남는데 그 때쯤 가서야 이로 깨물어서 마지막 달콤함과 아쉽게 이별을 했는데.. 그 때부터의 버릇인지 저는 사탕을 깨물어 먹지 않고 늘 천천히 녹여 먹습니다. 아이스크림도 그렇게 먹습니다. 그게 더 느긋하고 오래 맛있고 추억과 버무려져 즐겁습니다.

 

어린 시절에 잊지 못할 간식이 하나 더 생각납니다. <서주 아이스 바> 그냥 나무 막대기에 우유 얼린 덩어리 끼워져 있는 그런 건데 녹색 포장지에 쌓여 한 개에 100원인가에 팔았더랬습니다. 다른 아이스크림에 비해 덜 딱딱하고 약간 샤베트 분위기의 맛이랄까 아무튼 브라보콘과는 다른 차별화된 맛이었습니다. 이건 주로 대중탕에서 목욕을 마치고 아버지를 졸라서 사 먹는 것이었는데 얼마 전에 우연히 편의점에서 발견하고 너무 기분이 좋아 여러 개를 사서 직원들과 나눠 먹은 일도 있었습니다.

 

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이 계절에 가장 생각나는 간식은 떡볶이와 오뎅! 모두들 동의하실 겁니다. 그렇지만 지금 유명한 프랜차이즈 떡볶이와는 다르게 예전에는 포장마차에서 팔았습니다. 정식 포장 마차는 아니고 학교 앞 골목길 근처에 파라솔을 하나 펴고 그 아래로 비닐을 둘러 포장을 치고 연탄 화덕 두 개 가져다 놓고 하나는 오뎅 국물 끓이고 하나는 떡볶이 만들고 뭐 그렇게 파는 겁니다.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화덕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한 꼬치에 50원씩인가 내고 집어 먹다 보면 배가 불러서 일어서는 게 아니라 매케한 연탄 가스 냄새에 머리가 아파서 일어서곤 했습니다. 무슨 재료가 들어가는 건지 알 수도 없고 요즘 같은 위생 점검도 없었겠지만 맛있게 먹고 별탈 없이 잘 자랐습니다.

 

동창회 시즌이라 오랜만에 어렸을 적 친구들을 만나고 예전 사진도 돌려 보는데 요즘 낯설어진 흑백 사진도 많이 나오고 추억 보따리를 풀 때마다 골동품들이 막 쏟아져 나옵니다. 어느덧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묘한 서글픔 한편에 나는 그래도 편의점에서 라면 먹으며 연애하는 거 말고 제법 그럴듯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가지고 나이 들어가는 행복한 세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.

 

다음에는 동네 점빵의 영원한 강자 <보름달>과 <호이호이>에 대해 이야기 해드릴까 합니다. 맛있는 점심들 드세요~